지난 14일, 밥 말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가 개봉했다 (북미 박스오피스 기준/국내는 3월 13일 개봉 예정). 이를 기념하며 피어 오브 갓 애슬레틱스(이하 애슬레틱스)가 밥 말리를 기리는 반팔과 후디를 선보였는데, 옷의 후면 프린팅에 유독 시선이 간다.

밥 말리의 사진을 활용한 피어 오브 갓 애슬레틱스

피어 오브 갓 애슬레틱스 밥 말리 티

피어 오브 갓 애슬레틱스 밥 말리 후디

다른 사진도 아닌 그가 축구화와 운동복을 착용한 채 축구공을 리프팅 하고 있는 사진을 활용한 것. 애슬레틱스가 피어 오브 갓의 스포츠 라인인 만큼 스포츠 관련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어색함이 없지만,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아티스트의 모습이라니. 밥 말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의아할 수도 있겠다.

삶이 곧 축구였던 밥 말리

디아도라 스니커즈를 신고 축구를 하고 있는 밥 말리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은 밥 말리

삶이 곧 축구 그 자체였던 밥 말리

사실 밥 말리는 잘 알려진 ‘축구광’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스포츠를 즐기는 아티스트들은 늘 존재했지만, 밥 말리의 축구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인터넷에서 밥 말리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공연을 펼치는 모습 외에도 축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꽤나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상징적인 드레드록 헤어에 타이트한 핏의 트레이닝복 차림, 아디다스 또는 디아도라 축구화, 클래식하면서도 빈티지한 그의 아웃핏이 눈을 사로잡는다. 먼 시간이 흐른 지금 봐도 쿨하다.

축구를 사랑한 레게 스타, 밥 말리

“만약 당신이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와 웨일러스*를 상대로 축구 경기를 해야만 할 것이다” - 밥 말리

(자신의 신화적 페르소나 뒤편의 진정한 인간상을 알고자 한 어느 한 기자에게)

*웨일러스(The Wailers): 밥 말리가 버니 웨일러, 피터 토시와 결성한 레게 밴드

축구를 사랑한 레게 스타, 밥 말리

이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아티스트가 아닌 개인으로서 말리는 축구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그의 친구이자 개인 사진작가로 활동한 데니스 모리스(Dennis Morris)는 “밥 말리가 축구하는 모습은 마법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가 곧 그의 기쁨이자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며 그 순간만큼은 자신도 그가 축구를 하는 모습에 집중하고자 카메라를 내려 놓았다고 밝혔다.

축구를 사랑한 레게 스타, 밥 말리 “난 축구보다 음악을 사랑합니다. 만일 내가 축구를 우선시 한다면 그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축구는 매우 격렬한 것이기 때문에 축구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꽤나 위험합니다. 난 사랑과 평화,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노래합니다. 하지만 (축구 경기 중) 거칠게 태클을 하는 건 싸움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하죠” - 밥 말리, 1980

축구를 그토록 사랑했지만 밥 말리는 역시 천상 뮤지션이었다. 그는 자신의 본업인 음악과 축구의 경계를 확실하게 그었다. 한 장르를 개척한 ‘거장’답게 음악을 1순위로 생각한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음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그 무엇도 아닌 축구로 꼽을 정도로 축구를 대단히 사랑했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축구가 그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다?

1977년 영국 런던 배터시 공원에서 풋살 경기 중인 밥 말리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죽음 역시 축구와 관련이 있다. 1977년, 밥 말리 & 더 웨일러스(Bob Marley and The Wailers)의 유럽투어 당시 그는 프랑스 기자들과 축구 경기를 했다. 그는 경기 도중 발에 부상을 입었는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가락 아래에 있던 암세포를 발견하게 됐다. 그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발가락 절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전 그가 보인 축구에 대한 사랑을 미루어 봤을 때, 축구 역시 꽤나 큰 이유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되기도 한다.

*밥 말리는 생전 기독교와 아프리카 토속신앙이 결합한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래스터패리교’라고도 부른다)을 신봉했는데, 해당 종교는 어떠한 형태의 신체 훼손도 교리로서 허용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 드레드록 헤어를 고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77년 자메이카에서 축구 경기 중인 밥 말리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과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암 진단 이듬해인 1978년 대규모 투어를 시작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 나갔고, 축구 경기 역시 계속해서 뛰었다. 하지만 그의 대단한 열정과 별개로 무리한 일정은 그의 몸을 급속도로 악화시켰고, 결국 암은 몸 전체로 퍼져 그는 1981년에 세상을 떠난다.

축구 유니폼으로 재탄생한 밥 말리의 유산

밥 말리를 기리는 아약스의 2021-22 써드킷

'Three Little Birds' 로고가 새겨져 있는 유니폼 후면

밥 말리 기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고 있는 아약스 선수들

아약스 2021-22 써드킷 리미티드 에디션 팬 버전

밥 말리의 축구에 대한 사랑과 유산은 비단 그의 생애에서만 드러나지 않으며, 그의 유산은 독특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축구 팀 아약스가 2021-22시즌 밥 말리의 유가족과 협력하여 써드킷을 제작한 것. 이는 밥 말리와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 유니폼으로, 밥 말리의 대표곡이자 아약스의 응원가인 ‘Three Little Birds’를 상징하는 세 마리의 작은 새들의 로고가 새겨졌다.

유니폼 컬러웨이로는 레드・옐로우・그린 컬러가 조합됐는데, 이는 밥 말리가 믿던 종교 '라스타파라아니즘'의 상징*이자 밥 말리의 상징과도 같은 컬러웨이다.

*라스타파라아니즘은 에티오피아의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 1세를 신성시한 종교인 만큼 에티오피아의 국기의 색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아약스 x 밥 말리 아디다스 삼바

신발의 후면에도 역시 'Three Little Birds' 로고가 새겨졌다

아약스는 해당 시즌 써드킷 유니폼이 포함된 캡슐 컬렉션을 발매했는데, 유니폼 외에도 트랙셋업, 스웻팬츠, 티셔츠 등의 의류 제품군과 축구화에서 유래해 패션 스니커즈로 자리잡은 삼바가 포함됐다.

아약스와 밥 말리의 인연은 2008년 8월 카디프 시티와의 친선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이후 아약스는 특별 공연을 진행했는데, 경기장의 DJ가 선곡한 여러 곡 중 밥 말리의 'Three Little Birds'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이후 아약스의 팬들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매 경기마다 이 곡을 부르며 응원을 이어가고 있다. 희망과 사랑을 노래한 밥 말리의 유산은 운명적이게도 그가 가장 사랑한 두 가지, 음악과 축구가 결합한 형태로 우리 곁에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밥 말리의 유산은 앞으로도 우리 곁에

밥 말리 x 아디다스 SL 72

3월 13일 <밥 말리: 원 러브> 영화가 국내 개봉하는 데 이어 여름 시즌에는 특별한 스니커즈가 예정되어 있다. 바로 아디다스가 밥 말리를 기리는 ‘SL 72’를 출시하는 것. 일부 오프라인 스토어를 비롯해 아디다스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가격 및 발매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가오는 3월부터 여름까지,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 밥 말리의 유산이 당신에게 가닿길.